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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지급이 전부"… 야외 노동자 빗겨가는 가이드라인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6 10:03:47
|
조회: 983
"마스크 지급이 전부"… 야외 노동자 빗겨가는 가이드라인 [뉴스+]
야외 노동자용 정부 지침 무용지물 /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해 / “마스크 주지만 작업 지시 불편… 못써” / 폐·심장질환자 사전 체크도 안 지켜
“미세먼지 때문에 휴식시간이 늘거나 작업시간이 줄어든 적은 없어요. 오늘도 마찬가지고요.”(서울 개포동 아파트 건설 현장 노동자 최모씨)
5일 수도권에 사상 최초 닷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이 이어지는 등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야외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업주로부터 작업시간 조정, 민감군(폐·심장질환자 등) 확인 등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치는 지난 1월 정부가 건설·도로정비 노동자, 환경미화원 등을 위해 마련한 ‘옥외작업자를 위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다.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현장 노동자가 자재를 옮기고 있다.
하상윤 기자
초미세먼지(
PM
2.5) 경보가 발령되기도 한 이날 서울 시내 공사현장 5곳을 취재팀이 직접 확인한 결과 정부 가이드라인상 경보 발령시 조치사항인 ‘중작업(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등 힘을 많이 쓰는 작업) 일정 조정 또는 단축’, ‘민간군 작업단축 또는 휴식시간 추가 부여’가 이뤄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만난 현장 작업자 A(42)씨는 “오늘 휴식시간을 추가로 주는 건 없었고 중작업이라고 해서 시간을 줄이지도 않았다”며 “원래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식으로 일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조정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사현장서 차량통제 일을 하고 있는 최모(47)씨도 “회사선 마스크 정도 지급해주는 게 전부지, 따로 특정 작업을 지연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상 ‘사전준비’ 단계로서 폐·심장질환자 등 민감 작업자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했지만 해당 조치가 이뤄진 현장도 찾아볼 순 없었다. 합정역 부근 오피스텔 건설 현장 관리자 B씨는 “고혈압이나 저혈압은 문제가 된 적이 많아 혈압 체크는 가끔씩 하는데 폐·심장질환자를 따로 확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내용 중 고용노동부가 2017년 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사업주 의무사항으로 못 박기도 한 ‘마스크 지급’은 시내 공사현장서 비교적 잘 이뤄졌지만 실제 작업자 중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을 하는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대문역 부근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보행로 공사 작업을 하던 이상식(38)씨는 “공사 소음이 크기 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작업 지시를 내릴 수가 없다”면서 “힘쓰는 일을 하다보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착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
공사현장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일하는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대개 고용주로부터 마스크 지급조차 못 받는 모습이었다. 서대문구서 식당 전단지를 배포하던 윤영선(78)씨는 “회사서 미세먼지 교육 받은 건 없고 마스크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신촌역 부근서 같은 일 하던 김정순(71)씨도 “미세먼지 관련 지침은 없었고, 내가 직접 마스크를 샀다”고 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이행되지 않는 건 결국 대개 내용이 권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가이드라인 배포하면서 지자체, 사업장 등에 홍보, 교육하지만 사업주의 인식 개선이 더딘 측면이 있다”면서 “미세먼지 경보 발령 때는 지도점검도 하지만 모든 현장에 가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마스크 지급 외 일부 조치에 대해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는 ‘현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관련법이 해외에 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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