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막이 지보공, 거푸집, 비계 등 가설물 붕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건설업 산업재해는 전년에 비해 6.18% 증가했는데 전체 건설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설공사재해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가설업계는 보고 있다.
가설공사 중 사고는 가설구조물 설치기준 미 준수, 불량자재 사용 등도 원인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미숙련 근로자들의 가설공사 투입이 증가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설업계는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건설현장에 사무직 퇴직자나 창업에 실패한 사장님 등 중장년 초보근로자가 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부터 15년까지 5년간 내국인 근로자는 40대 이상이 전체 75% 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장년층 근로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20~30대 청년 근로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모든 연령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내국인과 반대로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가 빌라 등 소규모 건설현장까지 더하면 가설공사를 맡는 근로자의 고령화와 외국인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미숙련자 증가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자격, 면허, 경험 입증 어려워
가설공사는 건설공사 중 가장 위험도가 높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7조(자격 등에 의한 취업 제한)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 중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자격·면허·경험 또는 기능을 가진 근로자가 작업을 해야 한다. 흙막이 지보공, 거푸집 및 비계의 조립 및 해체작업을 포함한 총 21종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설분야의 경우 이 요건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가설작업은 기능사 또는 유해위험작업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자격교육 이수자, 또는 3개월 이상의 해당 경력자만이 할 수 있다.
우선 자격·면허 살펴보면, 국내 가설분야 관련 자격제도로는 국가기술자격인 비계기능사와 거푸집기능사가 전부다. 연 1회 실기시험을 치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나 한번 불합격하면 1년 후에 재 응시해야 한다.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건설근로자가 1년을 기다리긴 어렵다. 바꿔 말하면 실제 일하는데 기능사 자격증이 별다른 자격 인증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둘째, 경험이라 함은 해당 경력 3개월 이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경력 3개월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공인기관이 없다. 가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등에서 건축사, 건설기술인에 대해 경력을 공인해 주는 것과 달리 가설공사 경력자를 공인해 주는 기관은 따로 없다. 그렇다보니 건설 현장에서는 관리자가 근로자들에게 ‘3개월 이상 경력자 손들어 보라’는 식으로 구두로 확인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험이 없어 단순 잡일만 하던 초보자도 어깨너머로 가설물 작업을 보는 정도만으로 자신도 경력자라 여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습교육은 법 사각지대..실습교육 강화 제도 정비 시급
현장 관행이 이렇다보니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법에서 규정한 세 번째 자격요건인 기능을 가진 근로자란 유해위험작업의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 제7조(교육 내용 및 기간 등)에 따라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은 근로자를 말한다. 이 규칙에 따르면 흙막이 지보공, 거푸집, 비계의 조립 및 해체작업 기능습득교육은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을 동등한 비중으로 하여 총 8시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기관에서는 이론교육만으로 8시간을 채우고 있다.
더욱이 교육기관들은 교육생들의 편의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현장 출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위 규칙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일정한 실습시설과 실습장비를 갖춰야 합법적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합법적으로 지정받은 교육기관이 출장교육을 나가면 이 실습시설·장비에 관한 규정은 무의미해 진다. 실제로 교육기관들은 출장교육을 나가면 프로젝션과 모형 장비 정도만 가지고 실습을 대체한다. 정부 당국 역시 이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교육수료증이 발급되면 발주처나 건설사는 별도의 확인 없이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교육생들은 “기능교육 수수료 7만원은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을 모두 고르게 수행했을 때를 고려해 산정되었을 텐데 이론교육에만 편중되다보니 7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빡빡한 건설공사 일정과 하루 벌어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이동시간을 배려하려는 교육기관과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출신 중년 퇴직자, 언어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는 가설공사 현장에서 실습교육이 부실해 지는 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주무부처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건설공사의 시작인 가설공사는 건설근로자들의 생명에 직결되는 공사다. 하지만 가설구조물은 건물 완공 후 철거된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자격, 경험 인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마저 부실하다면 그 피해는 우리사회 가장 취약계층인 일용직 근로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출처 국토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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